JTBC 드라마 ‘괴물’은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를 넘어,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구조를 정면으로 파고드는 수작이다. 표면적으로는 과거 unresolved 된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서사가 진행될수록 인간 내면의 어둠, 권력의 이면, 그리고 진실을 향한 집요한 집착이 더욱 강렬하게 부각된다. 특히 두 주인공 이동식과 한주원이 마주하는 현실은 그들의 상처와 고립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왜곡하고 타인을 가해자로 만드는지를 치밀하게 해부한다. ‘괴물’은 사건의 전개와 인물의 심리, 사회 구조를 삼중적으로 엮어내며, 시청자에게 끝까지 질문을 던진다.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 향하며, 이 드라마를 단순한 장르물의 경계를 넘게 만든다.
괴물은 누구인가, 질문으로 시작된 심리의 추적
JTBC 드라마 '괴물'은 단순한 형사물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첫 회부터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 작품은, 사람의 심리와 진실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서사 구조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한다. 특히 드라마는 한적한 시골 마을 '만양'에서 벌어진 오래된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복합적인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주인공 이동식은 과거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낙인찍힌 채 살아가는 경찰로, 자신의 삶을 감싸고 있는 오해와 불신 속에서도 꿋꿋이 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반면 서울청 출신의 엘리트 형사 한주원은 겉으로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지만, 그의 내면 또한 비밀과 상처로 가득 차 있다. 이 두 인물이 한 팀을 이루며 마주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단지 범인을 잡기 위한 추적을 넘어, 자신들의 과거와 정체성, 그리고 인간이 가진 본능적 두려움과 마주하게 만든다. 드라마는 선과 악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지 않고, 오히려 선한 얼굴을 한 괴물과 괴물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인간적인 존재의 이중성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화두는 단지 극 중 범인을 찾는 질문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가 처한 모순과 그 속에서 태어나는 감정의 복잡함을 되묻는 장치다. 서사는 단순히 반전에 의존하지 않으며, 사건 하나하나를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선이 점진적으로 파열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따라간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단순한 ‘진실의 발견’에 그치지 않고, 그 진실에 이르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파괴적인지를 함께 체험하게 만든다.
심리적 균열과 구조적 공범, 괴물의 정체를 파헤치다
‘괴물’은 인물의 행동 이면에 존재하는 심리를 매우 세밀하게 다룬다.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는 것이 아닌,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사람을 괴물로 만든 환경은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추적하는 과정이다. 이동식은 어릴 적 여동생 실종 사건을 시작으로, 만양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 고립된 채 살아간다. 그는 세상의 시선으로 인해 끊임없이 ‘괴물’로 지목되며, 그 시선이 만든 깊은 상처와 불신을 껴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반면 한주원은 상류층 가문의 아들로, 정의감과 냉철함을 무기로 사건에 접근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 불완전한 정의관, 그리고 본인조차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있다. 이 두 인물의 긴장감은 단순한 성격의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사회적 배경, 가족 관계, 상처의 결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깊고 치열하다. 드라마는 이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협력하며 점차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인 존재인지를 꾸준히 상기시킨다. 특히 인물들이 ‘괴물’을 마주하는 방식은 모두 다르며, 이는 결국 '괴물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시청자에게도 그대로 던지는 장치가 된다. 드라마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경찰 조직, 정치적 권력, 언론, 그리고 지역 사회라는 구조적 요소들이 얼마나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시키는지를 철저히 해부한다. '괴물'은 이처럼 범죄의 본질이 단지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정서가 만들어낸 복합적인 결과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등장인물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며, 그 불확실성과 다층성은 드라마의 무게감을 더욱 높인다. 결국 본론부는 ‘괴물’을 쫓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존재의 밑바닥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심리극이자, 사회 시스템의 허상을 고발하는 서사로 확장된다.
괴물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존재한다는 진실
‘괴물’의 마지막 회는 강렬하면서도 무겁다. 드라마는 한 명의 범인을 지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끝까지 마주하게 만든다. 이동식은 진실을 밝혀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조차 의심받고 파괴되며, 결국 진실이란 것이 정의를 실현해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주원 역시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과거와, 아버지의 권력에 대한 불신 속에서 끝내 무너진다. 두 인물은 결국 진실을 쥐고도 상처투성이가 된 채 살아남으며, 살아남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진실을 견뎌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징한다. '괴물'이 전달하는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는 괴물은 외부의 존재가 아니라, 내부에서 자라나는 감정과 욕망, 그리고 억압된 상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는 한 사건을 통해 개인의 심리, 사회 구조, 집단적 책임의 문제를 삼중적으로 엮어내며, 시청자에게 단순한 카타르시스를 넘어선 긴 여운을 남긴다. 결론부에 이르러 시청자는 더 이상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닌, ‘나는 어떤 괴물성과 마주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는 곧 드라마가 장르적 한계를 넘어선 철학적 성찰의 경지에 다다랐음을 의미한다. 또한 ‘괴물’은 우리 사회가 타인을 쉽게 낙인찍고, 진실보다 믿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을 비판하며,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과 용기를 요구하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처럼 ‘괴물’은 단지 흥미로운 스릴러가 아닌, 인간 내면을 해부하는 심리극이며, 무수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정의’와 ‘진실’을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묻는 작품으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