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더 글로리 복수와 용서 사이를 오가는 인간의 상처와 재생 이야기

by pellongpellong 2025. 7. 9.
반응형

 

더 글로리는 학창 시절 극심한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수십 년간 고통 속에 준비한 복수를 실행에 옮기며 벌어지는 감정의 소용돌이와, 그 안에서 되묻는 인간성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이 작품은 피해자와 가해자, 방관자 각각의 시선에서 ‘상처’란 무엇인지, 그리고 복수가 진정한 구원이 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주인공 동은은 폭력을 견디며 살아남았지만 삶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결국 복수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한다. 그러나 복수의 여정 속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상처받고, 때론 흔들리며, 복수 그 자체가 치유가 될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다. 드라마는 가해자들의 무책임과 사회의 방관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보듬고 다시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깊은 정서적 울림을 남긴다. 더 글로리는 고통과 복수, 용서와 연대 사이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흔들리고 다시 일어서는지를 밀도 있게 보여준 사회적 복수극이자 감정의 기록이다.

상처로 물든 삶, 복수로 되살아난 자아

더 글로리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다. 이 드라마는 어린 시절 학교폭력이라는 극단적인 고통을 겪은 피해자가 세월이 흐른 뒤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며 마주하게 되는 현실과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그려낸 서사다. 주인공 문동은은 학창 시절 겪은 끔찍한 폭력으로 인해 삶 전체가 파괴된 인물이다. 사회는 그녀를 외면했고, 어른들은 책임을 회피했으며, 친구와 가족마저 외면하는 가운데 그녀는 홀로 고통을 견디며 살아남았다. 그러나 살아남았다는 사실조차도 동은에게는 생존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일이었다. 더 글로리는 이처럼 피해자가 복수를 통해 삶의 목적을 되찾고자 하는 과정에서, 과연 그 복수가 진정한 구원인지에 대해 묻는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복수의 정당성이나 통쾌함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피해자가 다시 인간다움을 회복해 가는 여정을 사실적으로 그린 데 있다. 동은은 치밀하고 냉정하게 복수를 준비하지만, 그 속에서도 내면의 고통과 흔들림은 끊임없이 그녀를 시험한다. 또한 이 드라마는 가해자들만을 단죄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가해자 주변의 방관자, 침묵한 어른들, 그리고 자신이 무기력하게 고개를 돌렸던 과거를 가진 이들도 동은의 복수 대상이 된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상처를 공유하고 있으며, 이 드라마는 복수가 누군가에게는 정의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처럼 더 글로리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그에 따른 대가를 정직하게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단순한 공감이 아닌 복잡한 감정의 울림을 안긴다.

복수의 서사 속 드러난 인간 본성의 회색지대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이 보여주는 복수는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논리를 바탕으로 한 ‘작전’에 가깝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무너뜨린 이들에게 고통의 무게를 되돌려주기 위해 수년간 준비하고, 마침내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 복수의 진행 과정보다, 동은이라는 인물이 그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하고 흔들리는지를 더 깊이 들여다본다. 동은의 복수는 법이 하지 못한 정의를 스스로 실현하겠다는 의지이지만, 동시에 그녀를 점점 더 외롭고 파괴적인 방향으로 이끈다. 시청자는 그녀의 행동에 공감하면서도, 그로 인해 누군가 또 다른 고통을 겪는 장면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복수란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아닌 인간의 본성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가해자인 연진과 그녀의 친구들은 겉으로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동은의 복수가 점차 그들의 일상을 파고들며 내면의 불안과 위선을 끄집어낸다. 특히 연진의 무책임한 태도는 단지 ‘악인’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과오를 부정하는 방식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반면, 동은의 편에 서게 되는 인물들—주여정, 강현남 등은 각자의 상처를 품고 있지만,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며 치유를 모색한다. 이들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또 다른 피해자이자 회복의 주체로 기능하며, 드라마의 서사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복수의 연대는 그 자체로 복잡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정의’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모든 행위가 과연 정당한가, 그리고 복수를 완수한 뒤 남는 감정은 해방인가, 공허함인가—드라마는 그 해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이처럼 더 글로리는 복수를 통한 자아 회복과 인간성의 회색 지대를 조명하는 강력한 정서적 드라마다.

상처는 사라지지 않지만, 우리는 살아간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결코 단순하게 결말을 내리지 않는다. 문동은은 자신의 복수를 완수해가면서도 끝없이 되묻는다. ‘이 복수가 나를 구원했는가?’, ‘나는 이제 행복할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며, 이 드라마가 단순한 권선징악 서사로 해석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동은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지만, 그녀의 눈빛은 처음보다 훨씬 단단하고 명료하다. 복수는 완전한 해방을 주지 못하지만, 그녀가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 하나의 선택이었다. 드라마는 인간의 상처는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으며, 복수가 그 상처를 지우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를 통해 회복하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주여정이라는 인물은 그 가능성을 상징하며, 동은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함께 살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감정을 품게 만든다. 또한 강현남 역시 복수의 도구로 쓰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되찾기 위해 나선 인물로 그려진다. 더 글로리는 각 인물들이 복수의 과정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상처 입기 쉬운 존재임을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역시 이 드라마의 마지막 메시지다. 복수는 끝났지만 삶은 계속되고, 그 삶이 고통이 아닌 연대와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은 이 드라마를 비극이 아닌 인간 드라마로 완성시킨다. 그래서 더 글로리는 단지 복수의 쾌감에 머물지 않고, 고통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생의 무게와 가능성을 함께 그려낸 묵직한 이야기로 남는다.

반응형